상하이에 들르면 꼭 가보아야 할
명소 중의 하나, 바로 위위안(豫園)이다.

명(明)나라 때 관료인 반윤단(潘允端)이
부모님을 위해 지었다는 정원이다.

원근감, 그리고 아기자기함이
잘 조화된, 중국 정원의 미(美)를 유감 없이
보여주는 정원이 아닐 수 없다.

관료가 부모님을 위해 이렇게 화려하기
그지 없는 정원을 지었다니....

관료로 재직하면서 혹 가렴주구를 일삼으며
부정하게 재산을 모으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이 일긴 했지만 부모님을 위해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을 가꾼 그
'효심(孝心)'만큼은 가상하기 그지없다.

이토록 이름난 위위안에서도 또 이름난
장식물은 단연 용벽(龍壁)일게다.


담벼락을 구불구불 휘감으며
지금이라도 승천할 것만 같은 용 조각,
바라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 용벽엔 재미난 뒷이야기가 얽혀있다.
예로부터 용은 최고 권력자의 상징.
그래서 잘 알다시피 왕의 의복은
곤룡포, 왕의 얼굴은 용안이라는 경칭 외에
왕의 치부는 '드래곤 볼'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일개 지방관리가 정원에 용을
조각했으니 황제로선 반윤단의 저의를
곧이 볼 리 없다. 급기야 반윤단을 호출한
황제, 그의 저의를 캐묻는다.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간 자칫 역적으로 몰릴
일촉즉발 위기 상황, 하지만 반윤단은 기지를 발휘한다.

"폐하, 저 발톱을 보십시오. 본디 용의 발톱은

다섯 개이지만 저 동물의 발톱은 세 개 뿐입니다."

반윤단의 기지에 일단 안심한 황제는
그를 놓아준다. 하지만 일설에 따르면
이후 반씨 가문은 쇠락했고 그 이유가

황제의 권위에 도전한데서 비롯됐다고 하니
한 관료의 지극한 효심도 권력 앞에선 무용지물인가 보다.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면
그 후한이 당대에 그치지 않고
자자손손 미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한,
만고불변의 진리인가보다.

* 2008.03. 상하이 위위안

'기본카테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위안상창  (0) 2008.04.03
장쩌민 주석의 필치  (0) 2008.04.01
상하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빈부격차  (0) 2008.03.23
시탕] 고즈넉한 미소  (0) 2008.03.23
상하이] 여기는 상하이 임시정부  (0) 2008.03.22
Posted by 솔로레타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