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홍콩은 '아시아의 헐리웃'으로 불리우며 멋진 영화들을 만들어줬던 꿈의 공장이었다.
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이들이라면 '영웅본색', '첩혈쌍웅', '지존무상', '백발마녀전' '천녀유혼' 등등은 어지간히들 봤을 테구 홍콩의 영원한 스타 성룡을 비롯, 주윤발,유덕화, 왕조현, 임청하, 그리고 안타깝게도 고인이 되어버린 장국영, 매염방 등등 홍콩 출신 영화스타들의 사진은 스프링 연습장 표지를 장식했었을 터....
홍콩의 거리에서 그 영화의 흔적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특히나 좋아했던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홍콩 가기 전날 밤, '중경삼림'을 보고 다음날 비행기를 탔는데.... 그 설레임이란.... 중경삼림의 흔적들을 따라가 봤다.

* 노랑 가발을 쓴 임청하가 인도인들을 찾아 헤매였던 '청킹맨션'.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청킹맨션엔 인도인들이 득실(?)거렸고 뒷골목은 대낮에도 스산하기까지 했다. ['중경삼림'의 영어제목은 'Chungking Express'다]

너무나 아름다왔던 중경삼림의 한 장면 - 경찰관 663호 양조위, 그는 근무를 마칠때마다 길 모퉁이의 샌드위치 가게에 들려 자신의 여자친구가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고른다. 그런 그에게 반하는 왕정문, 그녀는 그의 집으로 들어가 라이벌의 흔적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간다. 마마스 & 파파스의 명곡 Califonia Dreaming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몸을 숙여 그의 집을 바라보는 왕정문. 행여 그가 자신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눈치챌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안절부절 하는데.... 참으로 애틋하기만한 사랑.... 그 사랑을 싣고 에스컬레이터는 언덕길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너무 아름답기만 했던 장면들....

실재로 가서 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영화에서 본 것과는 달리 무슨 이상한 스티커랑 장식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약간의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왕정문과 양조위가 꽃피웟던 아름다운 사랑을 떠올려 본다.